재혼/재혼가족 이야기

졸혼은 부부 상호간에 삶이 더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것

  • 입력 : 2017.11.13 14:45:07    수정 : 2017.11.17 09: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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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는 것처럼 ‘부부의 날’이 있다. 매년 5월 21일이 부부의 날이다. '2(둘)이 1(하나)'가 되는 날이라는 의미로 가정의 기초가 되는 부부가 서로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가정을 잘 지켜나가라는 취지로 2003년 국가가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날이다.

그러나 사이좋은 부부 관계,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2016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이혼건수는 10만 7000여 건에 달했다. OECD 35개국 중 아시아권에서 이혼율로 1위를 기록하는 수치이다. 결혼생활을 오래 유지한 중장년층의 이혼도 증가해 이혼평균연령은 남자 47.2세, 여자 43.6세였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전국 남녀 9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 응답자 중 19.4 퍼센트만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 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 응답자는 45 퍼센트가 다시 태어나도 현재의 배우자를 선택하겠다고 답해 여성이 남성에 비해 자신의 배우자에 대해 훨씬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결혼 전과 비교에 자신의 삶이 더 행복해 졌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19.4 퍼센트, 남성은 39.2 퍼센트인 것으로 나타났다.①

이혼을 하지 않고 '졸혼' 방식을 택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자녀를 출가시킨 황혼기 부부가 별거하거나 삶의 공간을 분리해 서로 간섭하지 않는 남남처럼 지내는 생활을 추구하기도 한다. 왜 이렇게 많은 부부들이 배우자와 친밀함을 유지하기 어려운 걸까?

가족치료전문가 이인수 교수 (이인수 심리상담연구소 소장ㆍ동안교회)는 가장 큰 이유로 부모로부터 좋은 부부상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높은 관계만족도를 가진 부부의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부모를 통해 좋은 관계에 대해 학습하고 체득할 수 있다"며,"역기능 가정의 자녀들은 좋은 부부상을 배우지 못해 자신의 부모와 비슷한 수준의 부부관계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②

이인수 교수는 "'사랑의 감정'이 결혼의 가장 큰 이유가 되선 안 된다"며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로 살아가는 가장 좋은 비결로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을 꼽았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성이 남성에게 의존하는 성향,남성이 아내에게 군림하려는 성향이 없어지진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일심동체 보다 따로,또는 함께 보내는 시간을 누리며 우정을 쌓아가는 부부가 행복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부관계는 단순히 이성관계의 차원을 넘어 60여 년을 함께 보낼 삶의 동반자로서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① 결혼생활은 ‘관계노동’의 산물

‘로코’, 즉 로맨틱 코미디가 현실에선 안 통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에든버러에 있는 헤리엇 와트 대학의 인간관계 전문가들은 ‘런어웨이 브라이드’(Runaway Bride), ‘노팅힐’(Notting Hill) 등 로맨틱 코미디가 연애전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고 영 BBC 인터넷 판이 보도했다. 완벽한 사랑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높여 종종 상대방과의 관계 형성을 막기 때문이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는 '누군가가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그 사람이 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또 운명이나 희생 등을 과신하도록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실제 심리학자들이 1995~2005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40개 작품을 분석한 결과 공통 주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분석대상은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 주연의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 ‘러브 인 맨해튼’(maid in Manhattan), ‘웨딩 플래너’(The Wedding Planner), ‘당신이 잠든 사이에’(While You Were Sleeping) 등이다.

호메스 박사는 “결혼 상담사들은 종종 성생활이 항상 완벽해야 한다거나 당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알아채야 한다고 믿는 커플들을 보게 된다”며 “대중매체가 사람들에게 이러한 생각을 심어준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완벽한 관계’를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대중매체에 묘사되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킴벌리 존슨은 “로맨틱 코미디가 새로운 관계의 ‘짜릿함’을 묘사하지만 보통 몇 년이 걸려 생기는 ‘믿음’과 ‘헌신적인 사랑’을, 만나는 순간 존재하는 것처럼 잘못된 생각을 심어준다”고 말했다.③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중년 여성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영역이 바로 ‘결혼과 배우자 선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중년 여성 158명을 대상으로 ‘후회’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 중년 여성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영역은 ‘결혼과 배우자 선택’이었고, 그 다음으로 교육 부족, 자기계발 부족 등이 뒤를 이었다. 일생을 통틀어 가장 후회하는 일이 결혼이고, 함께 사는 배우자가 내 일생의 잘못된 선택이라고 느낀다는 결과는 참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④

온리유와 비에나래가 재혼 희망 돌싱남녀 502명(남녀 각 251명)을 대상으로 결혼실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인의 조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남성(43.0%)과, 과반수가 여성(56.5%)이 배우자 선택상의 문제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⑤

보상적인 안정된 사랑의 열쇠는 좋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당신의 애인이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보다 당신이 행복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없다.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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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결혼은 서로 그토록 원해서 했던 선택인데 이리도 후회하는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사회의 근간이자 최소 단위인 가정은 내부에서 생김새뿐 아니라, 가치관과 신념이 다른 사람들이 평화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야 하는 장소인데, 문제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설가 최인호는 이런 노력을 두고 ‘가정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종신 수도원’이라 표현 했다.⑦

대체로 결혼 생활의 행복은 3년차 때 정점을 찍고 그 뒤로 내리막을 타다 5년 차 때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이른다. 슬레이터 고든(Slater & Gordon) 이 2000명의 결혼한 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이가 생기기 전 두 사람은 맞벌이의 행복을 맘껏 즐긴다. 시간이 지나고 피로와 할 일이 쌓이면서 자녀 양육의 부담은 부부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신혼 초의 달콤함이 사라지면서 셋 중 한 커플은 애정이 식는다고 대답했다. 다섯 커플 중 하나는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고도 대답하기도 했다. 성욕 싸이클이 일치 하지 않을 때, 취미가 다르거나 사회적인 취향 차이가 커플의 사이를 멀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혼 상태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겁쟁이들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양보하는 것보다 아예 포기해버리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가는 경우도 있겠죠. 모든 싸움이 행복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거든요,” 슬레이터 고든의 가족법 전문 변호사가 말한 내용이다.⑧ 그래서 위기에 빠진 부부관계에 대해 헨리 나웬(Henri J.M. Nouwen)은 현대인의 삶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찬듯 하면서도 못다 찬 삶…’ 굳이 유명한 영성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의 삶이, 무언가로 바삐 달려가고 꽉 찬 듯이 보이지만 실상 그 삶의 이면에는 까닭모를 갈증과 황폐함으로 허기져 있는 것이다.

이 삶에 대한 갈증, 허기짐…아마 인간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숙명과 같은 삶의 조건 때문에 사람들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만나고 사랑하고 위로받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인간이라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고 위안 받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갈망한다. 아마도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뿌리 내리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욕구의 하나가 바로 자기 자신만큼이나 소중한 사람을 찾아서 자신의 몸, 생각, 열망, 희망, 두려움 등 모든 것을 열어 보여주고 그의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 이러한 심오한 관계를 맺는 능력이 가장 찬란하게 꽃피우는 것이 바로 부부관계이다.

#1.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글에 한 누리꾼은 ‘결혼해서 좋은 건’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댓글을 달았고 그 댓글이 다른 누리꾼들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결혼의 좋은 점에 대해 ‘겁나 힘들고 지쳐 잠도 잘 안 오는 날 손 뻗었을 때 안도감을 주는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는 것’이라며 ‘그런 내 손에 토닥토닥 응답해주는 다른 손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작 함께하는 쇼핑과 요리 따위 때문이 아니고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해주는 엄마 이외의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⑨

#2.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결혼 5년차 맞벌이 부부이자 두 아이의 아빠라고 밝힌 글쓴이가 "제게 이런 와이프가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사연을 올렸다.

"4만 킬로미터(주행 거리)일 때 아버지에게 2005년식 승용차량을 물려받아" "지금 아내와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타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커가면서 3년 전부터 차를 바꾸려 했지만 가격이 비싸서 아직까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아내가 차를 바꿔주기 위해 3년 전 부터 한 달 용돈 30만 원 중 10만 원을 떼 매달 적금을 들었고, 마침내 아내로 부터 통장 뒤에 직접 쓴 손 편지와 함께 통장을 건네받은 것이다.

아내는 "사랑하는 울 여보한테 편지 쓰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며 "이 통장은 3년 전 차사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옵션이라도 하나 더 넣으라고 들어놓았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3년 동안 용돈에서 일부씩 떼서 들어 놓은거야. 생일기념으로 2달 당겨서 20만원 채워준다"며 "항상 나 먼저 생각해주고 사랑해줘서 고마워"라고 덧붙였다.

글쓴이는 "서로가 자라온 환경이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서로를 이해해주고 힘들 때는 배려해주고 북돋아주며 살고 있다"며 "아내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맞벌이 하면서 아이들까지 돌보고 물론 나도 많이 하려 하지만 엄마만 하겠냐"며 "얼마나 힘든지 편도가 부어 밤새 기침하면서도 짜증 안내고 이겨내 주는 아내가 대견하다"고 덧붙였다.⑩

정상적인 남녀가 엄숙한 서약을 통해서 한 가정을 이루는 결혼은, 자신의 삶에 가장 중요한 사람과 한 몸, 한 마음 그리고 한 영혼이 되고 싶다는 깊은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욕구를 채우기 위해 결혼을 하는 이상, 바로 결혼이 안고 있는 연약함이, 함정이 여기에 있다. 결코 가 닿을 수 없는 것을 열망하는 것처럼 결혼은 이처럼 바라는 것이 크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가 성취되지 못할 때 좌절감도 그만큼 깊다.

관계가 밀접하면 밀접할수록 스트레스와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에 속속들이 열어 보여준 자아는 치명적인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신뢰와 상호 의존에 대한 기대가 흔들리거나 무너지게 되면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보다 상처를 받게 되고 부부는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위기에 빠진 부부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이혼이다.⑪

② ‘텅 빈 둥지’ 속에서 자신의 삶의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정년제도의 야만성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하세요." 이 말을 남긴 노마(Norma) 할머니. 작년 8월, 90살의 미국에 사는 노마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애완견 링고와 함께 특별한 여행길에 올랐다.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남편마저 떠나자 할머니는 항암치료 대신 캠핑카를 타고 미 대륙 횡단에 나선 것이다. TV로만 봤던 그랜드캐니언과 옐로스톤, 러시모어 산 등을 가보고 생전 처음 열기구를 타거나 승마를 하는 등 새로운 경험도 만끽했다.

이렇게 13개월 동안 32개 주 75개 도시를 누비는 과정을, 할머니는 인생의 마지막 여행기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고, 45만여 명의 사람들이 이 특별한 여정을 지켜봤다. 그러나 지난 1일, 할머니는 워싱턴 주의 한 해안가에서 아들 내외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치료 대신 여행길 위에서 떠난 노마 할머니가 우리에게 남긴 조언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하세요."였다.⑫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cimetire du montparnasse) 안을 걸었다. 보들레르나 모파상이 영면하고 있어서 찾은 건 아니다. 온종일 파리 번화가를 걸었더니 오토바이와 자동차 소리에 귀가 화끈거렸는데, 묘지 안의 적막으로 귀를 좀 식혀주고 싶어서였다. 빼곡하게 들어찬 대리석 묘를 보면서 ‘죽고 나면 다 무슨 소용이야’라는 부질없이 떠오르는, 한 생각에 걱정은 다 날아가 버렸다.

저 멀리 노부부가 벤치에 앉아 누군가의 무덤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던 할아버지는 오른손으로 할머니의 등을 받쳐주며 느리게 묘지 밖으로 걸어 나갔다.⑬ 한 인간의 생애는 이렇게 묘비에 기록된 ‘출생’과 ‘사망’의 단 한 줄로 기록되고 마무리 되는데 우리는 같이 사는 걸 왜 이리 힘들어 하는 걸까?

그동안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해오고 있다고 여겨졌던 중년에 다시 이혼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배우자의 외도나 폭력, 성격차이나 경제적 문제 등 다양하다. 하지만 성격차이나 경제적 문제 등이 유독 중년기에만 많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벌써 배우자와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경제적인 측면은 오히려 젊었을 때 더 어렵다. 하지만 다들 참고 상대에게 맞춰가며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중년에서는 ‘더 이상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비록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볼꼴 안 볼꼴’ 다 보면서 그럭저럭 참고 살아왔다. 하지만 자녀 양육에 전념하던 여성에게 중년에는 ‘텅빈둥지(empty nest)’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난다.

어느 날 갑가기 썰물이 빠져나가듯이 지금까지 그렇게 자신의 에너지를 먹으며 성장해왔던 자녀들이 시야에서 없어진다. 출세의 사다리를 오르려고 여념이 없어 더 이상 자상하게 자신을 바라보지 않은 지 오래된 남편과 이제는 손길을 뿌리치고 달아나려는 자녀들을 직면하면서 여성들은 큰 혼란에 빠진다.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집에 홀로 남겨져 있는 여성은 비로소 “나는 지금까지 뭘 위해 살아온 거지?” 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면서 질문한다. ‘텅 빈 둥지’ 속에서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직면한 여성들은 자신의 삶의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이제는 더 이상 자녀의 양육을 존재의 이유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절감 한다.⑭

부모가 함께 자녀를 훌륭히 키우는 것, 이것이야말로 부부가 공유 할 수 있는 최상의 목표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더욱이 함께 낳아 기른 아아는 부부 사이를 묶어주고, 간간이 닥치는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다. 동감한다. 하지만 자녀가 중심이 되는 시기는 부부의 공동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매우 짧은 기간이다. 아이들이 커서 독립하고 나면 부부끼리 살아 갈 날이 훨씬 더 많다. 이때 작지 않은 위기가 부부 앞에 닥친다.

과연 이제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야 할까? 물론 지금까지 같이 살아온 시간이 그들을 여전히 묶어주고는 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할까?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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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10대였던 딸들은 사회적으로 성인이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아이들이었지만, 어릴 때처럼 매번 저를 필요로 하지는 않았죠. 그 사실이 처음에 무척 당혹스러웠습니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했던 ‘반쪽 워킹맘’이었지만 나름 육아에 전력투구를 해왔던 터라 어깨의 힘이 쫙 풀렸습니다. 갑자기 삶의 의미를 잃은 듯 모호한 기분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⑯ ‘졸혼을 권함(卒婚のススメ)’의 저자 스기야마 유미코(杉山由美子)가 졸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를 본인의 책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처럼 오늘날의 결혼은 존재의 외로움을 해결하는 황홀한 마법이 아니다.

우리는 외로울 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진정한 자기로 회귀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에 귀속해 있을 때 나는 가족의 이익과 안녕을 위해 존재하는 식민지에 지나지 않는다.

심연으로서의 나, 자유의지로서의 나는 가족 이데올로기의 강령들을 받아들이고 그 의무들을 수행하는 동안 잊혀져야 한다. 임신, 출산, 육아라는 고단한 의무들, 법정 노동 시간을 무시로 넘어서는 가외의 가사 노동, 관계의 구속, 성차별, 불평등, 상호 배타적 독단의 충돌, 저열한 의심과 질투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혼 관계 안에서도 충족되지 않는 결핍과 부재가 여전하고 아울러 결혼과 가족은 그것을 얻는 대신에 지급해야 할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우선 나만의 시간, 나만의 자유, 오롯이 나 자신이 되는 것, 자아실현 등등을 유보하거나 포기했어야 했다.⑰ 여기에다 남성들의 정년퇴직 등으로 직장에 변동이 생길 경우, 미셸 필리베르의 지적처럼 “정년 퇴직자는 일 자체를 잃을 뿐 아니라 규칙적이던 일상생활까지 상실한다. 게다가 그의 정체성과 자존심, 다른 사람들(동료와 고객, 상관과 부하, 경쟁자 등)과의 관계를 튼튼하게 유지해 주던 거의 유일한 토대, 그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던 생계수단까지 잃는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된다.⑱

삶은 연속적인 것인데 정년퇴직이란 이름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사람에게 활동정지를 명하는 정년제도의 야만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렇게 결혼의 틀 속에서 ‘충족되지 않는 결핍과 부재’ 그리고 혼란과 ‘상실’을 감내하며 살아온 40,50,60대 중년들의 삶에 대한 실체는 ‘결혼위기’ 그 자체를 보여 주는 게 현실이다.

실제 이들 중년이혼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혼은 안했어도 '한 지붕 아래 남남처럼 사는 무늬만 부부'가 10쌍 중에 3쌍이나 된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년 부부 10쌍 가운데 3쌍은 대화도 '관계'도 없는, 이른바 '섹스리스 부부'로 집계됐다. '행복가정재단 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성인 남성의 18%, 여성의 24%가 부부생활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부부 성생활 만족도는 남자가 9%, 여자가 7%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대화가 단절되고 스킨십이나 그런 애정의 표현이 줄어들면서, 결국 '섹스리스'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통의 단절은 중년 부부의 높은 이혼율로 곧바로 이어지고 있다.

중년 남녀 이혼자 수는 전체 이혼자의 70%를 넘어섰고, 중년 남녀 17명 가운데 1명은 이혼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중년 부부의 위기와 가정해체의 현상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인해 보다 더 표면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사회의 기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중년층. 하지만 정체성의 혼란과 급변하는 가치관 속에 이제는 '부부관계 해체'라는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그들의 현주소다.⑲

행복한 부부들은 서로의 꿈을 잘 알고 있으며 그 꿈이 서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반면 사랑을 잃는 부부는 상대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거나 꿈을 무시하고, 무조건 반대하고 나선다.

결혼 생활에서 매우 행복했던 사람들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파트너를 친밀하게 알고 이해하며, 각자의 삶에 대한 세부 사항 (꿈, 스트레스, 가치 및 목표)들을 파트너와 함께 공유한다.⑳ 그런데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시집을 출판해 보고 싶다는 꿈을 말하는 아내에게󰡒도대체 지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유치한 생각을 품고 살아! 꿈 깨!󰡓라고 호통 치는 남편에게 사랑이 식지 않을 수가 있을까?

자전거로 해안도로를 따라 여행해보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돈도 못 버는 주제에 만날 놀러 다닐 궁리만 한다"고 핀잔주는 아내가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흔히들 성격차이 때문에 이혼한다지만 사실 성격차이와 이혼율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성격차이라기 보다는 ‘정서통장’ 의 고갈 때문에 같이 살기가 괴롭다고 봐야 하는 게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정서통장이란 부부 사이에 공유하는 사랑 감정의 총량이라 할 수 있다. 정서통장이 넉넉할 때는 자신감, 인내심, 너그러움, 희망, 기쁨, 평화를 느끼지만 반대로 정서통장이 빈곤할 때는 쉽게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며 적개심, 불안, 우울증, 절망, 열등감을 느낀다.㉑

사람들이 말하는 위기는 육체의 변화들, 죽음의 불가피성에 대한 시각, 젊은 시절에 내렸던 결정에 갇혀버린 느낌, 아직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갈망, 그리고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초조함과 한데 얽혀있다. 그래서 위기는 한사람에게 아내와 이혼을 종용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직장을 그만두고 어느 날 홀연히 세계 여행을 떠나도록 만들 수도 있다.

또 다른 이들은 위기를 맞아 의기소침해져서 술에 의지하거나 분노에 차서 입이 거칠어질지도 모른다. 또 알버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가 오르간 연주자로서의 커리어를 접고 아프리카에서 의사가 되었던 것처럼 직업을 바꿀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위기>는 강력한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인생의 갈림길이지만, 반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㉒

‘졸혼’은 바로 인생후반기의 이런 위기를 맞이해서 기존의 부부관계를 재정립하여 100세 수명시대 새로운 부부관계를 설정, 부부 상호간의 성장기회를 다시 한 번 모색 해 나가자는 것이다.

<글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① 임우정 인턴기자, 한국 여성 중 19.4 %만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 코리아헤럴드, 2013-10-02

② 이경남 기자, 부부행복도 '로맨스' 아닌 '우호감'이 높인다, 기독공보, 2017.05.19

③ 김영화 기자, “로맨틱 코미디 현실에선 안 통한다”, 헤럴드경제, 2008.12.17

④ 이고은 부산대 인지심리학 박사과정, 사랑에 빠진 이유와 결별의 이유가 같다면… ,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2015. 06. 03

⑤ 손봉석 기자, 돌싱녀들이 꼽은 ‘간과하면 결혼 실패하는 배우자 조건’ 2위 능력, 1위는?, kyunghyang.com, 2016년 07월 14일 [온리유가 비에나래와 돌싱남녀 502명(남녀 각 251명)을 대상으로 전자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초혼 때 배우자 조건 중 어떤 점을 간과하여 결혼에 실패했다고 생각 합니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⑥ 알렌로이 맥기니스, 사랑과 우정의 비결, 지상우외 공역. 크리스챤 다이제스트(1996), p.246

⑦ 이고은 부산대 인지심리학 박사과정, 위의 글

⑧ 슬레이터 고든, 결혼 스트레스 가장 심할 때는 언제?, koreatimes.co.kr, 2013-09-27

⑨ 문화뉴스 이누리, 유부남이 말하는 결혼해서 좋은 진짜 이유,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2016.08.02 , 내용 일부정리

⑩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3년 몰래 적금'으로 남편 차 바꿔준 아내, 유부남들 "아주 칭찬해!", 2017.05.31, 내용 일부정리

⑪ 기독교신문 베리타스, ‘찬 듯하 면서도 못다 찬 삶’, 2009-03-06

⑫ MBC뉴스 정시내, 치료 대신 여행길 위에서 떠난 노마 할머니가 남긴 것, 2016-10-04

⑬ 김병수(정신과 전문의), [감성노트] 졸혼, 국민일보, 2017-04-14

⑭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한성열·서송희 부부의 심리학 콘서트 ‘중년, 나도 아프다’](9) “참고 살아왔는데 더 이상은 아니다”, 주간경향(1192호), 2016.09.06, 내용 일부정리

⑮ 한스 옐루셰크, 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가, 김시형 옮김, 교양인(2008), p.239-240

⑯ 스기야마 유미코 지음, 졸혼시대, 장은주 옮김, 더퀘스트(2017), p.21

⑰ 장석주 시인,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5) 결혼/공존 취하되 자유 인정해야, 세계일보, 2010.06.01

⑱ 폴 투르니에, 노년의 의미, 강주헌 옮김, 포이에마(2015), P.162-163

⑲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 중년층 30% '무늬만 부부'?, 2007년 11월 03일

⑳ By Valerie Ross, 5 Things Blissful Couples, Dooprah.com, 03/28/2013, 내용 참고정리

㉑ 최성애 HD가족클리닉 원장․심리학박사 열애(熱愛)의 지속기간은 2년? 주간조선 2006년 4월 6일

㉒ 프레데릭 M. 허드슨, 인생은 어떻게 작동되는가, 김경숙 옮김, 사이(2017), p.66

[강희남 한국전환기가정센터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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