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변호사의 완생노동법

[정재욱 변호사의 완생노동법] 정규직 전환의 예외사유?

  • 입력 : 2017.09.13 16:50:31    수정 : 2017.09.14 1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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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비정규직 제로시대, 기간제교사는 제외?

정부가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분야 비정규직 개선방안’에 의하면, 유치원 돌봄교실 강사 및 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 약 1천여명만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권고 대상에 포함되었다. 나머지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 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등 대부분의 강사 직종은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권고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에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약 4만6,000명에 달하는 기간제 교사와 수천 명의 강사들이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교육부의 위 방침에 대하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현장과 국민의 바람에 부응한 결정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외치고는 있지만, 실상은 정규직화 제로에 머물고 있다고 강조하며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런데,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을 살펴보면,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제한하고, 2년을 초과하는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간주되도록 하고 있다. 즉, 사용자가 기간제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면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그 근로자는 자동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이를 무기계약직 전환 또는 정규직 전환이라 표현하기도 한다(이하 ‘정규직 전환’).

위 법에 따르면 기간제근로자에 해당하는 기간제 교사도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면 국가, 학교 등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규직으로 전환될 터인데, 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일까?

기간제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 그 예외

기간제법은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을 제한하여 기간제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하고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간제법 제4조는 사용자가 최대 2년의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간제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기간제법은 일정한 예외가 있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더라도 해당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이러한 정규직 전환의 예외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크게 ① 업무 자체가 한시적으로 존속하는 경우, ② 사용기간을 제한하지 않더라도 근로자의 지위가 열악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 ③ 기타 사용기간 제한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로 구분해볼 수 있다.

업무 자체가 한시적으로 존속하는 경우

업무 자체가 한시적으로 존속하는 경우에는 그 업무의 존속기간에 맞게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해당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근로자가 학업이나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용기간을 제한하지 않더라도 근로자의 지위가 열악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

근로자의 지위에 따라 그 보호필요성이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있다.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건축사, 변호사, 공인노무사, 공인회계사, 의사, 약사 등 전문적 기술을 가진 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박사학위 소지자가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과학전문가, 컴퓨터관련 전문가, 공학전문가 등 일정한 직업에 종사하는 자의 근로소득이 상위 25%이상인 경우(2017년 현재 59,979,000원)1), 1주 소정근로시간이 뚜렷하게 짧은 단시간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2)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타 사용기간 제한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

기간제법은 정부의 복지정책, 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 그 밖에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정규직 전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른 법령에서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을 기간제법과 달리 정하거나 별도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한 경우, 제대군인의 고용증진 및 생활안정을 위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 고등교육법에 따른 조교의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 체육지도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 특수한 경력을 갖추고 국가안전보장 등과 관련한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 국가보훈대상자에 대한 복지증진 및 생활안정을 위하여 보훈도우미 등 복지지원 인력을 운영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앞서 언급한 기간제교사는 다른 법령에서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을 기간제법과 달리 정하거나 별도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한 경우에 해당한다. 교육공무원법, 교육공무원임용령, 사립학교법을 보면 기간제교사의 임용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필요한 경우 3년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교육공무원법 제32조 제1항,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3조 제3항, 사립학교법 제54조의4 제3항). 이와 같이 기간제교사는 정규직 전환의 예외에 해당하기 때문에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더라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 학교 등이 의욕하여 기간제교사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지 않는 이상, 기간제교사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의 언론보도들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규직 전환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기간제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기간제근로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정규직 전환을 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고 중요하다. 기간제근로계약이 무분별하게 허용되면 고용불안, 저임금 문제를 심화시켜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규직 전환의 예외 사유는 가능한 엄격하고 신중하게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예외를 전혀 인정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축소하여 기업으로 하여금 거의 모든 기간제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그 부담이 상당할 수 밖에 없다. 경제여건에 따른 유연한 인력 운용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담을 회피하기 위하여, 기업은 기간제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보다는 기간제 근로자를 2년만 쓰고 내보낸 뒤 다른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거나, 기간제근로자의 일자리를 파견근로자로 대체할 수 있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가 해당 업무 자체를 통째로 외주화하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된 일부 근로자들은 기간제법에 따라 강력한 보호를 받게 되지만, 그렇지 못한 나머지 기간제근로자들은 기간제근로자로나마 계속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따라서 기간제근로자의 정규직 전환문제는 단순히 기간제법의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 예외 사유를 축소하거나 삭제하는 방법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보기는 어렵다. 전체 근로자 중 기간제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하여 전체적 고용이 줄어들지는 않는지, 외주화 현상은 없는지, 외주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정확히는 통계법 제22조에 따라 고시한 한국표준직업분류의 대분류 1과 대분류 2 직업에 종사하는 자의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에 따른 근로소득(최근 2년간의 연평균근로소득을 말한다)이 고용노동부장관이 최근 조사한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의 한국표준직업분류 대분류 2 직업에 종사하는 자의 근로소득 상위 100분의 25에 해당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2) 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의미한다.

[정재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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