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자의 시선에서 보다

영화 `싱글맨`, 상실에 의한 깨달음

  • 입력 : 2017.05.19 15:17:39    수정 : 2017.05.22 10:00:4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영화 ‘싱글맨(A Single Man, 2009)’은 한 대학교수의 일상을 쫓는다. 대학교수 조지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은 오래된 연인 짐을 잃고 괴로워한다.

조지의 일상을 결코 평범하지 않다. 상실감에 젖은 그는 죽음과도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조지는 온갖 괴로움으로 점철된 감정들을 숨긴 채 살아간다. 그의 본질(감정)과 행동의 차이는 집 안팎에서의 모습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짐의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집에서의 조지의 감정은 그다지 정상적이라 볼 수 없다. 연인에 대한 상실 그 자체만으로 힘들진대, 동성애자인 그는 자신의 심경을 터놓을 대상이 유일무이하다. 옛 연인이자 친구인 찰리 외에는 없다.

물론 영화가 이어지는 동안 조지의 일상에는 스치는(이어질 만한) 인연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말 그대로 스칠 뿐이다. 하지만 유독 짙은 눈빛을 지닌 범상치 않은 청년이 있다. 바로 조지의 제자 케니다. 케니는 조지의 두려움에 대한 강의에 깊은 영감을 받고 스승(조지)에게 매료된다. 조지의 두려움에 대한 강의는 그의 삶 자체를 반영한다.

"여기서 소수자들은 다수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위협이 되는 사람들을 지칭하고 있다. 진정한 위협이든 상상의 위협이든 그 안에는 두려움이 있다. 그리고 그 소수자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그 두려움이 소수자들을 박해하는 이유이다."

어찌됐든 자신의 본질을 사회적으로 감추며 살아가는 조지의 삶은 괴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 케니는 축복 같은 존재와 다름 아니다. 조지와 케니는 술 한 잔을 마시며 학문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조지의 실제 경험을 반영한 명언들은 케니의 영감을 한층 자극시킨다.

가령 이런 대사들이다.

"모든 것을 가치 있게 만드는 유일한 것은 내가 진정으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몇몇 순간들이야."

"친애하는 헉슬리의 글을 인용하자면 '경험은 일어난 무엇이 아니라 그 일어난 일로 무엇을 하느냐'이다."

위 같은 말들은 케니 뿐만 아니라 조지 자신에 대한 조언이기도 하다. 연인을 잃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듯 죽음의 나날을 보내던 조지는 비로소 자신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과거의 찰나들을 잊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과거의 아프고 슬픈 경험들에 총을 겨누고 새로운 앞날을 기약하겠노라고 말이다. 그렇게 마음 먹은 이후는 조지는 새 생명을 얻은 듯한 감정에 휩싸인다. 그의 마지막 독백이 내면을 잘 반영한다.

'세상은 너무 신선해 보인다. 이제 막 시작한 것처럼. 하지만 이런 순간들을 지속시키기는 버겁다. 그 순간들에 집착하지만 다른 모든 것들처럼 사라져 간다. 그러한 순간들 속에 내 삶을 살아왔다. 그것들이 나를 현재로 끌어당긴다. 그리고 모든 것은 완벽하게 정해진 대로라는 것을 깨닫는다.'

죽음과 상실. 조지는 실질적인 인물의 죽음과 그로 인한 상실을 경험함으로써 삶의 순리를 깨닫게 됐다. 죽도록 괴로웠던 찰나들도 이미 과거일 뿐이다. 죽을 만큼 괴로웠던 순간들도, 모든 것을 앗아갈 것만 같았던 풍파도 지금 생각해 보면 이미 지난 찰나들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찰나들을 경험한 이후의 현재다. 조지가 친애했던 헉슬리의 글을 다시금 새겨 보자. 그리고 한 번 더 새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흘러간다'는 것을.

[최다함(최따미) 광고대행사 과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