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깨달은 산유국의 후회

알제리인은 왜 해외여행 시 가방을 많이 들고 갈까?

  • 입력 : 2017.05.08 17:50:06    수정 : 2017.05.08 18: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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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로 분비는 알제공항

알제리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알제리 수도인 알제를 벗어나 육로로 수도 외곽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사전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아야만 한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테러 위험으로부터 알제리 정부가 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유럽 주요 도시로의 항공운임이 저렴하기도 하지만 이런 국내 여행의 불편 때문에 필자를 포함한 알제리 거주 외국인들은 생필품 구입과 기분 전환을 위해 자주 유럽을 찾는다.

알제와 유럽의 주요 도시 간에는 많은 항공사들이 취항하고 있는데 비행시간이 한 두 시간으로 단거리 노선이기 때문에 보통 200여명이 탈 수 있는 중형기가 운행된다. 그런데 알제리와 유럽을 오가는 비행기를 타다보면 유별나게 승객들 중 어린 아이들이 많은데 좁은 좌석이 불편하기도 하고 이착륙 때 귀가 아파서도 그러겠지만 기내에서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더구나 이상한 것은 어린애들이 울어도 승무원들은 물론이고 부모들도 아이를 달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파리를 비롯한 유럽의 주요도시 공항 내 알제리행 항공기 게이트 앞에서 탑승을 기다리자면 승객들 중에 섞여있는 아이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여 주변을 정신없게 만든다. 심야에 알제리행 비행기를 탓을 때 이번에는 조용히 여행하겠지 기대하면 예외 없이 아이들 우는 소리에 편안한 여행을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유럽 출발 알제리행 항공기에서 더 특이한 점을 자주 보게 된다. 유럽과 거리도 가까워 승객들 대부분이 단기 여행자들일 텐데 수화물로 부치는 가방 수뿐 만 아니라 기내로 반입하는 가방 수도 워낙 많아 조금 늦게 탑승하면 가방 넣을 공간을 찾는데 애를 먹게 된다. 수화물로 부치는 가방 수가 항공기 승객 수에 비해 매우 많아 알제공항 도착 후에도 가방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와 같이 알제리 사람들이 휴대하는 가방 수가 많은 것은 추가요금을 지불하더라도 해외에서 많은 물건을 사갖고 입국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가전제품, 핸드폰, 화장품, 의류 및 식품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구입해서 들어온다. 한번은 탑승구에서 휴대가방을 열고 짐을 정리하는 알제리인을 본 적이 있는데 가방에 과자, 장난감, 화장품 등 생활용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알제리인들은 프랑스로부터 130여년 간의 오랜 세월 식민지 지배를 거치면서 프랑스 문화에 많이 동화되어서 그런지 프랑스 제품을 중심으로 유럽 제품을 크게 선호한다. 알제리의 수입규제와 높은 관세로 인해 해외에서 구입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많은 물건을 사갖고 들어오는 것 같다. 알제리 정부는 엄격한 외환통제를 하고 있어 자유롭게 외환을 환전할 수도 없고 인터넷 직구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알제리인들은 비싼 가격을 주고서라도 블랙마켓에서 외환을 환전하여 출국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세관에서 휴대물품을 검색하여 세금을 추징하거나 불이익을 주기도 하지만 필자가 여러 번 알제리 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세관통관 시 특별히 제지를 받는 승객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알제리인들이 해외에서 많은 생활용품을 사갖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30여년 전 해외여행에서 일제 코끼리 밥솥 등 다량의 외제 제품을 사갖고 들어와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쓴 웃음을 짓게 된다.

[조기창 KOTRA 알제무역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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