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관지 (一以貫之)

폭스바겐의 ‘봉’이 된 한국 소비자

  • 입력 : 2016.06.13 15:31:05    수정 : 2016.06.15 08: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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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15년 9월 폭스바겐이 수년간 배기가스 배출장치를 조작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독일 엔지니어링의 상징이었던 폭스바겐의 부도덕한 행위가 만천하에 폭로된 순간이었다. 이는 단지 폭스바겐이라는 하나의 기업에만 악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라 ‘독일 제조업의 완벽성과 양심’에 거대한 의문을 제기한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다. 폭스바겐 스캔들 폭로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폭스바겐의 매출은 급감했고 회사 주식은 곤두박질쳤다. 폭스바겐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폭스바겐의 최고경영자가 진심 어린 사죄를 표명했고 문제해결을 위해 미국과 유럽 정부 당국과 긴밀한 협조를 약속했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들에게도 깊은 사죄의 뜻을 전하며 많게는 수 백만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우선적으로 지급했고, 향후 차량의 무상 수리와 추가 보상의 뜻을 표명했다. 최초 스캔들 폭로 이후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폭스바겐이 미국과 유럽에서 보인 태도는 겸손과 사죄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폭스바겐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대응을 했을까? 최근 언론에서 통탄하는 바와 같이 한마디로 한국 소비자를 우롱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정부에 제출하는 보고서도 부실한 정도를 넘어서 건방진 대책을 담았고, 거듭되는 정부의 문제해결 요청에도 늑장만 부리고 있다. 한국 소비자에 대해서는 진심 어린 사죄나 상응하는 보상의 뜻이 없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있다.

이러한 폭스바겐의 안하무인격 자세에 화가 난다. 폭스바겐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렇게 오만한 태도를 안보이면서 유독 한국에서만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폭스바겐의 오만’은 한국 소비자들에겐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든다.

폭스바겐의 사기극이 폭로되자 미국과 유럽에서 폭스바겐의 매출이 급감했다. 2015년 말 미국에서 폭스바겐의 매출은 전년대비 25% 줄었다.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2015년 11월에 전월대비 폭스바겐 매출이 377% 증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폭스바겐이 이 와중에 대폭 세일을 해서 소비자에게 ‘매연 덩어리’ 자동차를 더 팔겠다고 한 것도 기가 막히지만, 거기에 편승해서 ‘공해를 뿜어내든 말든’ 이 기회에 폭스바겐을 장만하겠다고 구름처럼 몰려든 한국 소비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결국, ‘소비자 윤리’가 없는 소비자는 부도덕한 기업의 봉이 될 뿐이다. 소비자 윤리는 ‘윤리적인 소비’로부터 나온다. 매연을 내뿜어 공해의 주 원인인 것을 알면서도 값싼 경유와 높은 연비, 그리고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에 눈이 어두워 달려든 것이다. 미세먼지가 전 국민의 생명에 잠재적인 위협이 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는 태도는 ‘비윤리적인 소비’의 전형이다. 지금 당장은 내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얻기 위해 모른척하고 넘어가고 싶겠지만, 결국은 그보다 몇배는 더 비싼 뼈아픈 대가를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우리, 비윤리적 소비자 모두가 지불하게 될 것이다. 부도덕한 기업의 가장 좋은 먹잇감이 비윤리적인 소비자다. 정부규제와 법제화도 필요하지만, 깨어있는 소비자의 결집된 행동이야말로 부도덕한 기업의 일탈을 바로잡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환경과 윤리를 위한 ‘강력한’ 소비자 의식(consumer awareness)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하다.

[김보원 KAIST 경영대학 교수]

*위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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