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재혼가족 이야기

엑티브 시니어의 핑크빛 인생설계/복지영역으로 들어온 황혼재혼

  • 입력 : 2017.03.14 21:41:42    수정 : 2017.03.14 21: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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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허핑턴포스트는 노르웨이에 사는 알렉스라는 남성이 독신으로 살아가는 엄마 에바(62)에게 새로운 짝을 찾아주고자 광고를 제작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바는 7년 전 두 번째 남편과 이혼한 후 홀로 살아왔다. 알렉스는 데이팅 사이트에 엄마의 프로필을 올려놓아 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그닥 좋지 않았다. 오히려 에바는 낙심했고 짝을 찾는 것을 포기했다.

이에 알렉스는 평소 엄마의 모습을 찍어놓은 영상들을 하나로 편집한 후 지난 10일 ‘어머니의 날(Mother’s Day)’을 맞아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름하여 ‘아담을 찾습니다(Looking for Adam).’.

영상에는 에바의 사연과 함께 에바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들 또한 담겼다. 알렉스는 영상 말미에 연락을 달라며 메일 주소를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3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영상을 봤고 이 중 수많은 남성들이 에바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알렉스는 “메일함이 그야말로 폭파 지경이었다. 엄마는 당황하고 충격을 받은 듯했다”면서 “엄마가 좋은 짝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①

① 실버재혼을 설계하기 위한 조건들

재혼을 뜻하는 말이 속현(續絃)이다. 끊어진 거문고 줄을 새로 잇는다는 운치 있는 이름이다.② 그래서 끊어진 거문고 줄을 새로 잇는 시도가 필요하다. 100세를 눈앞에 둔 동갑내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랑은 나이로 하는 게 아니라면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함께 하자며 결혼식을 올려 화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95세인 월리스 리처드 할아버지와 버니스 젱킨스 할머니는 캘리포니아주 카마리요의 한 교회에서 가족과 친지 등 200여 하객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입장,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해로하겠다고 선언한 뒤 감동의 키스를 나눴다.③

그런데 이런 실버 재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남녀 모두 자녀와 재산 등 고려해야 할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사회적 인식까지 더하면 실버 재혼에 나선 남녀들이 겪는 문제와 고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클 수밖에 없다.

> 남(男) “경제력만 따지고 자녀문제 있는 女 어쩐지 정이 안가”

> 여(女) “결혼 후 파경 불안, 재력-포용력 중요 신뢰감이 첫 조건”


실버재혼의 현장에서 각각의 입장에 서서 대표적 소감을 표현하는 말이다.

▷ 재혼현장에서 남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입장

지난해 상처한 이영식(가명·61·자영업·서울 용산구) 씨는 요즘 재혼을 위해 선을 보고 있다. 자녀는 1남 2녀로 장녀는 이미 결혼을 했고 차녀(30) 아들(28)과 같이 살고 있다. 그는 자녀들이 직장을 가져 이미 독립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여생을 독신으로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재혼을 결심하게 됐다.

이 씨는 친지와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선을 보면서 재혼이 생각보다 만만찮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학벌과 월수입 등을 고려해서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의 여성에서 짝을 찾았다. 지금까지 수십 명의 여성과 선을 봤다. 이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재혼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짝을 찾는 과정에서 본 여성을 크게 4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 상대 여성이 자녀를 데리고 있는 경우.

이 경우는 자신의 자녀들이 완강히 반대해 애당초 결혼이 성립되기 어려웠다. 호적이나 상속문제, 그리고 두 집 자녀의 부양문제 등 복잡한 사정이 많이 걸려 있기 때문에 상대 여성이 비록 마음에 들었더라도 처음부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결혼 경험이 없는 50대 초반 이전의 여성.

재혼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없어 비교적 쉽게 풀려나갈 것으로 생각했으나 의외로 난관이 적지 않았다. 상대 여성들이 같이 여생을 함께하기가 피곤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이 씨 스스로 포기해 버리고 만 경우가 대다수였다는 것이다. “용모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거의 예외 없이 공주병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는 게 이 씨의 말이다.

셋째, 부양 자녀가 없는 50대 중반의 여성.

이 연령대의 여성들은 상대에 대한 배려심도 있어 이 씨에게 적합한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이 씨 자신이 문제였다. 가급적 폐경 전의 여성과 결혼을 하고 싶은 자신의 고집 때문이다. “자녀를 낳겠다는 것이 아니라 재혼 초기의 정서적 육체적 화합을 생각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넷째, 경제력만 따지는 경우.

대학교수인 김성길(가명·58·경기 고양시) 씨는 20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그동안 4남매를 혼자 키워 왔다. 자녀들이 독립하자 그는 재혼을 결심하고 지난해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했다. 그동안 그가 만난 여성은 7명. 상대의 나이는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으로 교수, 의사, 교사 등 직업을 가진 여성들과 주로 선을 봤다.

김 씨는 “예상은 했지만 그 나이 또래의 재혼 희망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로지 경제력”이라며 “여자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느냐는 것에만 관심을 갖더라”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여성들이 자신의 재산과 월수입은 당연히 자기 것이고 남자의 재산으로 여생을 편하게 보내고 싶어 하며 이를 보장하라는 식이어서 정이 안 가더라”고 말했다.

김효식씨(76·가명)는 1년 전 이별의 아픔을 겪었다. 친척 소개로 만난 여자였다. “죽은 집사람을 닮아 정감이 갔다”라고 한다(그의 연애 이야기 시작은 다른 남성 노인들이 연애 경험을 털어놓으며 말하던 도입부와 똑같았다). 상대방도 그에게 호감을 보였다.

처음 만난 날, 가볍게 술을 마시고 여자의 집까지 데려다 준다며 걷기 시작한 게 한 시간. 살아온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3개월 동안 경기도·충청도로 놀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가 이별 선언을 했다. 찻집 한 테이블에 앉아 김씨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충격을 받았지만 더 연락할 수가 없었다.

그는 여자가 떠난 이유를 경제적인 문제라고 짐작했다. 사별하고 자식 하나 없던 여자에게 필요한 사람은 집 한 채 없는 자신보다는 여유가 있는 누군가라고 여겼다. 김 씨는 요즘도 그녀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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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대체로 황혼재혼 여성 희망자들의 특징 중 전 배우자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 파탄이 일어났거나 삶에 지친 여성들의 경우 공통적인 조건은, 구조조정이나 정년퇴직 등에 대한 염려가 없는, 그래서 선호 직업으로 사업가를 꼽았다.

재혼을 할 바에는 평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이며 ‘재혼하면 살림이나 하며 쉬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재혼에 거는 기대로 생각하고 있다. ⑤

▷ 재혼현장에서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입장

반면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재혼 시장에 나온 남성들이 여성을 배려하고 상대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주기보다는 너무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무용학원을 경영하는 김말희(가명·48) 씨는 지난해 10월 유명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해 그동안 9명의 남성과 선을 봤다. 김 씨는 남편의 외도로 3년 전 이혼했으며 하나 있는 아들(23)은 전 남편과 살고 있고 자신은 친정에서 지내고 있다.

김 씨는 유럽에서 유학했으며 미모도 빼어나 재혼시장에서는 비교적 조건이 좋은 편에 속한다. 그는 재혼하려는 여성들은 결혼이 또다시 파경에 이르는 것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무엇보다 신뢰감이 가고 자신을 이해하고 포용해 줄 남성을 찾게 된다는 것. 김 씨는 재혼 희망 여성들이 남성의 경제력을 중요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 다음으로 성격과 포용력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동안 자신이 선을 본 남성을 크게 4가지 범주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 속전속결 형.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접근하면서 여성과 성급하게 성적 접촉을 원하는 남성의 유형이다.

둘째, 자화자찬 형.

재력이 있는 점 등 이른바 조건이 좋은 편에 속하는 남성 중에서 이런 형이 많다. 은근히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고 지나치게 자신감을 표시하며 여성을 낮추어 보는듯한 태도를 취하는 남성들이다.

셋째, 장밋빛 미래설계 형.

현재 갖추고 있는 것은 별로 없으면서 미래에 대해 그럴듯하게 말하는 남성이다. 재혼시장에서 남성의 현재 재산 정도나 사회적 입지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미래에 대해서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김 씨의 지적이다.

넷째, 소심 형.

성격도 좋고 조건도 좋지만 너무 소극적이어서 여생을 맡기기에 안심이 안 되는 남성이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박미숙(가명·60·경기 안산시) 씨는 남편과 5년 전 사별하고 남매인 자녀가 모두 결혼했다. 그는 혼자서 사는 것이 점차 싫어져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했다. 박 씨가 그동안 만난 사람은 두 명의 60대 초반 남성과 두 명의 70대 초반 남성 등 모두 4명이다.

박 씨는 재산이 있고 조건이 좋았던 남성은 더 젊거나 미모가 있는 여성을 찾는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같이 여생을 보낼 만큼의 재산이 없는 남성에 대해서는 자신이 결심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⑥

상담 시에는 나이에 별 관심이 없었으나 1, 2회 만남을 진행하면서 점점 나이를 낮추는 사례가 많다. 당초에는 초혼 때와 비슷하게 3∼4세 정도의 나이 차이를 원했으나, 횟수가 늘어나면서 7∼8세, 10∼12세 등과 같이 나이 차이를 점점 벌려가는 회원이 많다. 실제 만나보니 얼굴이나 목 등에 주름이 있을 뿐 아니라 머리나 차림새도 아줌마스럽다며 좀 더 젊은 여성을 원하는 것이었다.⑦

대체로 황혼재혼 상대로 인기 있는 유형은 남자의 경우 어려 보이고 다소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을 원한다. 반면 여자들은 경제력 있고, 위엄을 갖추고, 단정한 남자들을 선호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남자가 여자의 외모를 중시하는 것은 세대를 막론하고 비슷하지만, 여자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듬직한 남자다움을 원한다는 것이다. 또한 황혼 이혼이라는 특성 때문에 남녀 모두 최소한 생활에 쪼들리지 않을 정도 이상의 경제력을 갖춘 이성에 대한 선호가 뚜렷이 나타났다.

최근의 경향은 재혼에 대한 생각이나 욕구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고 이상형에 대한 표현도 스스럼없이 하는 것도 요즘 황혼 재혼 세대의 특징이다.

과거 남성의 경우 ‘밥 해주고 수발 잘해줄 참한 여자’를 찾는 경우가 많았고, 여성은 ‘경제적으로 의지할 사람’을 찾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통적으로 ‘취미와 여가를 함께 즐기며 여생의 동반자로 지낼 사람’을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 정서적인 소통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⑧

황혼세대에게 아직은 이성을 만날 기회가 적다. 하지만 본인의 적극적인 노력, 인생을 멋있게 살고자 하면 만남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재혼 혹은 교제 의사를 당당하게 밝히고, 주변의 인정을 받는 건강한 모습은 황혼의 사랑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⑨

② 노인복지의 완성 수단으로 자리 잡는 재혼

선진국에서 노혼(老婚)은 이미 하나의 노인복지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부부 간 성생활은 물론 노년을 함께 보낼 ‘벗’으로서 서로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노혼율을 비교해보면(2005년) 남성의 재혼을 기준으로 영국은 한국의 4.3배, 스웨덴은 3.9배, 캐나다는 3.7배에 이른다. 여성은 영국이 4.9배, 러시아가 4.5배에 달한다.⑩ 미주리 대학교의 마릴린 콜먼 (Marilyn Coleman)과 로렌스 가농 (Lawrence Ganong)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도 65 세 이상의 미국인들 중 매년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재혼 대열에 동참한다고 한다⑪

지방 A재혼정보회사 관계자는 “황혼 이혼의 증가와 함께 재혼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재혼을 원하는 노년층이 하루 10명이상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며 “젊은 층과 달리 노년층의 재혼 희망 대상은 제일 중요한 것으로 성격, 경제력, 건강한 사람을 선호 한다”고 말했다.⑫ 그러면 황혼이혼의 증가와 더불어 늘어날 황혼재혼에 대해 우리는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까?

▷ 황혼재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때

인구 통계상의 변화, 여성의 정상적 이력의 변모, 전통적 가족의 약화- 이 모든 것이 미래에 노인의 상황과 부양의 모습이 어떠할 것인지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용어들이다. 결국 우리는 요컨대 "누가 노년에 우리를 돌볼 것인가?"에 직면하게 된다.⑬ 우리는 이런 문제를 노인세대 자체의 동력을 활성화시킴으로서 해결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재혼이든 연애든 자기 생활을 영위할수록 다른 가족들에게 심리적·육체적으로 의지하는 비율이 줄어든다는 의견도 있다.

성영신 교수는 "노부모의 엥겔 지수(소비 지출 중 식료품 비중)가 낮아질수록 자식들의 부담감도 함께 줄 수 있다"며 "소비를 할 수 있는 필요조건인 시간·건강·돈 세 가지를 갖춘 노년층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⑭


이 부분은 사회 또는 국가정책이 사회 안전망 혹은 복지의 대안정책으로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부부가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는 지는 오직 하늘과 땅만이 안다”는 말은 황혼 재혼 이후 몸과 마음의 건강은 물론이고 생활의 활기와 즐거움을 되찾은 데에 대한 만족감이 듬뿍 묻어나오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실제 이탈리아 노인들은 어디에서 인생의 새 파트너를 만날까. 이들은 은퇴 후에도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한다. 이탈리아어로 ‘제3세대’라고 불리는 60세 이상 노인들은 손자 돌보기 외에 자원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고 각종 취미클럽, 동네 노인정 모임 등에 빠짐없이 참여한다.

로마의 발두이나 노인정에는 마침 댄스파티 준비가 한창이었다. 곱게 화장한 할머니들은 모두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우아한 옷차림이었고, 할아버지들은 정장 차림에 은은한 향수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이들은 “요일마다 프로그램이 다른데, 가장 기다려지는 것은 댄스파티야”라며 자랑이다.

한쪽에는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아가씨들처럼 수다를 떨며 파트너를 기다리고 있다. 음악이 시작되자 춤을 청하러 다가가는 할아버지들의 매너가 보통이 아니다.


레모 밀리오루치(77) 할아버지는 노인정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은 대표적인 황혼커플이다.

아내와 사별하고 18년간 혼자 지내다 5년 전 지나 산투치(71) 할머니와 약혼했다. 지나 할머니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수년 전 이혼했으며, 지금은 레모 할아버지의 애정 넘치는 마음 씀씀이에 무척 행복하다고 한다.

“18년간 외로움에 폭식을 해대서 살도 엄청 쪘는데, 이제 서로를 챙겨주니 건강도 좋아졌죠. 우울증까지 저절로 완치됐다니까요!” 레모 할아버지의 자랑이다.

두 사람은 3년 전부터 동거를 시작했고 현재 자녀들의 축복 속에 결혼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인데 왜 서둘러 결혼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우리 나이일수록 매사에 신중해야 해요. 섣불리 결정했다가 실패하면 큰 상처가 남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따지는 사랑의 조건은 젊은이들과 달라요. 학력, 경제력이 아니라 진정하고 진실한 사랑 그 자체죠. 미래를 천천히 설계하는 데 늦은 나이라고는 절대 생각 안 해요.”

▷ 정신 건강과 삶의 질 업그레이드

감정의 기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뇌는 더 행복한 관계를 위한 방향으로 프로그램화돼 사랑의 변화에서 오는 감정의 기복을 잘 다스릴 수 있다”며 노년의 사랑이야말로 더 만족스럽다고 주장했다.

심리학자 메리 파이퍼는 “젊은 사랑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노년의 사랑은 누군가가 행복하기를 원하는 사랑이다”고 정의하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문화를 원한다면 노년층의 사랑에 특권을 주는 문화가 형성 돼야한다”고 강조했다.⑮

1600여 명의 회원이 등록된 로마의 발두이나 노인정에는 황혼재혼 커플이 꽤 많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77세 할아버지가 88세의 신부를 맞아 큰 파티가 있었다고 한다. 흰머리에도 불타는 애정을 나누는 이들은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21세기 사회의 ‘신세대’다.

인생은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하지 않는가. 목적지인 행복에 이를 때까지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 이탈리아 노인들의 눈빛에서 노년의 삶을 개척하는 정열을 배워야 한다.⑯ 흔히 우리가 말하기를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국경뿐 아니라 나이도 상관없는 시대다. 황혼기에도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은 다를 바 없다.

내가 아는 한 할아버지는 68세에 황혼 재혼에 성공했다. 재혼을 결심한 후 주변에 수소문해 아홉 살 연하의 여성을 소개받아,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재혼이후의 삶에 대해 김씨는 “매끼 따뜻한 밥을 먹으니 몸이 무척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재혼 후 신수가 훤해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는 매일 부부가 손잡고 인근 성내천을 산책하고 자주 여행도 다닌다고 소개했다. 새 부인이 김치와 반찬도 자주 만들어 자녀들에게 보내주는 바람에 자녀들도 좋아한다는 것. 또 자신과 부인의 자녀들이 주말에 손자녀들을 데리고 자주 들리는 바람에 집안에 늘 활기와 온기가 넘친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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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 황혼재혼에 대한 부정적 편견에 대한 인식의 개선

과학저널 '퍼스낼리티(Personality)' 12월호에서 시카고대학 심리학자 존 캐시어퍼는 “사람들은 외로울 때 사회 중심에서 멀어지려는 성향이 있다”며 “외로움은 그나마 남아있던 인간관계도 잃게 만든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외로움의 전염이 남성보다 두드러지는데 풍부한 감수성이 외로움 지수를 높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외로움이 수명을 단축시키는 정신적, 신체적 질병의 원인도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⑰ 그래서 먼저 홀로 된 그분들의 불타오르는 로맨스에 당황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

박진생 정신과 전문의는 "배우자와 같이 사는 것과 독신 상태를 비교하면 평균 수명, 질병에 안 걸리는 비율, 정서적 안정성 등에서 배우자가 있는 쪽이 월등하다"며 "중년 이후의 사랑에 대해 '노망'이나 '주책'이라는 단어로 폄하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본인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가도 자녀 혹은 며느리 눈치 때문에 진심을 숨기고 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⑱

“수려한 골상에 군살이 붙지 않아 강직해 보였고, 눈빛은 따뜻했다. 가슴이 소리 내어 울렁거렸다. 이 나이에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누가 믿을까.” 초면인 남녀 사이를 흐르는 내외의 시간이 지난 뒤 두 사람에게는 서로를 향한 호기심과 호감이 싹튼다.

고즈넉한 밤 버스에 나란히 앉아 말을 섞는다는 정황이 감정의 물기와 강도를 더한다.

“흘러간 영화, 좋아하는 배우나 음악, 맛 좋고 분위기 좋은 음식점, 세상 돌아가는 얘기 따위를 두서없이 주고받으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수다스럽고, 명랑하고, 박식하고, 재기가 넘치는 사람인가를 처음 알았고 만족감을 느꼈다.”

마침 상대방 역시 홀몸인 터라 두 사람 사이에는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사랑은 수십 년의 세월을 되돌릴 수도 있다. “(그와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곳곳이 새로워 함부로 탄성을 지르지를 않나, 열여섯 살 먹은 계집애처럼 깡총거리지를 않나, 요즈음 신세대 탤런트의 연기를 톡톡 튄다고들 하는데 내 안에서도 뭔가가 핑퐁 알처럼 경박하고 예민한 탄력을 지니게 되었다는 걸 느꼈다.⑲


이렇게 홀로된 노후에 말동무를 만나거나 여생을 함께 보낼 배우자를 찾았다면 운이 좋은 경우다. 대다수 노년층들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여러 가지 장애물 때문에 쓸쓸한 노년을 보낸다.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병실에 입원 했을 때 차철수 씨(가명·76)는 ‘지독한 외로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들과 며느리가 곁에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상처하고 10년 넘게 혼자 산 차 씨는 자녀와 경제적 부분에 대한 부담으로 재혼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를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기회가 되면 곁을 지켜줄 사람을 찾고 싶다고 했다. 남은 인생이 길지 않은데 자기 자신에게 좀 더 충실하고 싶어졌다.⑳


평균 수명이 늘어날수록 배우자 역할이 중요한 만큼, 우리 모두 이제 노년층 재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선 이성과 만날 기회를 만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기 전에 이젠 황혼재혼에 대한 부정적 편견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시급함도 말할 필요가 없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윤모씨는 “9살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재혼하면 강에 빠져 죽을 거라고 협박했다”며 “하지만 여든 넘어 혼자 사시는 엄마를 보니 정말 후회된다. 3년 전부터 엄마가 우울증 약을 드시고 있다는 걸 어제 처음 알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㉑

삶의 여정에서 보면 인생의 봄보다 결실의 가을이 더 중요하다. 이처럼 인생의 단계에선 어쩌면 사춘(春)기(=청소년기) 만큼 사추(秋)기(=노년기)가 더 중요 할 수 있다.

사회가 이런 인생의 완숙기에 드는 노년층의 삶의 질에 관심을 갖고 또 자녀들도 눈에 보이는 재산에만 집착하여 무조건 부모님들의 재혼에 반대 할 것이 아니라 노년기에 삶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함께 애쓰는 것이 오히려 가족으로서 아름다운 일이 되고 현대의 새로운 개념인 효도를 다하는 길이다.

재혼 당사자 역시 황혼기의 이성 결합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 꼭 혼인 신고를 하는 정식 부부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한집에 살며 부부의 정을 나누거나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는 데이트 상대로 만날 수도 있다.㉒

남편과 사별한 지 3년째인 이남희 씨(가명ㆍ72)는 요즘 적극 인연을 찾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주최한 '황혼 미팅'에도 참가했다. 미팅에서 짝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가볼 생각이다.

색안경과 립스틱으로 멋을 내고 다니는 이씨는 "필(feel)이 오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나고 싶다"라며 "단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4년간 암 투병을 한 남편 곁을 지켰던터라 또 누군가와 같이 살며 수발할 생각은 없단다. 그보다는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㉓


호주 RMIT 대학의 코언 교수의 말처럼, 사람이든 사물이든 뭔가를 사랑하면 더 오래 산다는 게 여러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실험실 조교들이 안아준 토끼들이 그렇지 않은 토끼들보다 60%나 오래 살았고, 이스라엘에서는 남성 심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건강이 호전된 절반은 모두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소개했다.㉔

노년기에 배우자 없이 몇 십 년을 홀로 보낸다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겠는가. 고령화 사회에서 황혼 재혼은 노년층 행복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새로운 발상이 요구된다.㉕

결국 삶의 과제는 생명이 있는 한 내가 사랑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버리지 않는 것 ,그리고 동시에 내가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존재임을 스스로 느끼면서 한 생애를 힘차게 살아 내는 것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사랑하며 살수 있다는 것은 사랑을 생동감 넘치도록 유지하는 법을 익혔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래된 포도주처럼 오래된 사랑 역시 보다 만족스럽고 보다 더 기운을 북돋아주며 훨씬 더 가치 있고 진가가 있는 것보다 도취할 만한 것이 된다.㉖

<글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① 영상팀 seoultv, 62세 엄마 짝 찾아주려고 아들이 만든 광고, seoul.co.kr, 2015-05-14

② 이덕일의 古今通義 고금통의, 속현, 중앙일보, 2012.01.11

③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美 95세 동갑 노인 ‘황혼 결혼’ 화제, 2008.06.02

④ 김은지 기자, 사랑은 늙지 않는다, 노인의 사랑, 시사IN [192호], 2011.05.21

⑤ 배병욱 기자. ‘초혼과 딴판인 재혼세계’, 결혼정보회사 사례, 머니투데이, 2011.05.26 [온리유와 비에나래가 3월 1일부터 5월 25일 사이에 회원으로 등록한 돌싱 648명(남녀 각 324명)을 대상으로 초혼과 다른 재혼만의 특징을 남녀 각 5가지씩 10개를 선정]

⑥ 정동우 사회복지 전문기자, 실버 재혼 시장 남녀, 서로에게 원하는 것, 동아일보, 2007-06-25

⑦ 배병욱 기자 . 위의 글

⑧ 박은경 신동아 객원기자, 중·노년의 사랑, 황혼 재혼 열풍, 신동아( 622호 ), 2011년 07월호

⑨ 이웅진 선우사장, [Why]“나도 재혼해서 남은 인생 제대로”…? “어머니, 저희들 생각도 하셔야죠”, 조선일보, 2007.04.28

⑩ 박해묵 기자, <제3의 인생>당당한 노년의 性 … 황혼재혼이 는다, 헤럴드경제, 2009.03.11

⑪ By Paris Achen, More people over 65 find marriage, love, columbian.com, July 28, 2012

⑫ 이지현 기자, '평생의 반려자'는 옛말, 황혼 재혼 급증, 전북도민일보, 2007년 4월 30일

⑬ 엘리자 베트벡-게른스하임, 가족이후에 무엇이 오는가?, 박은주 역, 새물결(2005), p.140

⑭ 최보윤 기자, 홀로 남은 어른들께도 사랑은 있습니다, 조선일보 , 2008.06.03 [비에나래와 온리-유의 공동 조사 결과]

⑮ 심은정 기자, ‘노년의 사랑,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문화일보, 2007년 11월 19일

⑯ 로마= 김경해 통신원, 위 기사

⑰ 김태정 기자, ‘외로움’도 감기처럼 전염된다, zdnet.co.kr , 2009.12.03

⑱ 최보윤 기자, 위의 글

⑲”최재봉 기자, 달콤한 노년의 연애…잔인한 육체의 진실(『박완서 ‘마른 꽃’』), 한겨레, 2009.11.26

⑳ 김은지 기자, 위의 글

㉑ 백솔미 기자, ‘싱글맘’ 김정하, 재혼을 꿈꾸다, donga.com, 2014-10-16

㉒ 김영란·㈜행복출발 대표, 황혼 재혼, 조선일보, 2006.07.19

㉓ 김은지 기자, "연애 OK, 결혼 NO!" 노년의 연애, 시사IN, 2011-05-21

㉔ (시드니 dpa=연합뉴스), 뭔가 사랑하면 오래 살아, 연합뉴스, 2005.04.04

㉕ 김영란·㈜행복출발 대표, 위의 글

㉖ 레오F. 버스 카글리아, 생을 사랑하고 배우며, 한기찬 역, 우리시대사(1993) p.20

[강희남 한국전환기가정센터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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